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970~80년대 이후 처음으로 주식 명의개서대리인(transfer agent) 규정을 전면 손질하면서 블록체인을 공식 기록수단으로 명시했습니다. 같은 시기 SEC는 24시간 주식거래 시대를 대비한 대규모 라운드테이블까지 열었습니다. 미국 증권시장이 크립토식 24시간 거래에 성큼 다가서는 모양새입니다.
명의개서대리인이 뭐길래
명의개서대리인은 주식을 누가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공식 장부를 관리하고, 배당·주주총회 안내 같은 업무를 처리하는 기관입니다. 주식시장의 주민등록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이 업무를 규율하는 규정이 40년 넘게 그대로였습니다. SEC 위원장 폴 앳킨스는 “전자통신과 블록체인 기술을 증권 발행 및 주식 이전 과정에 반영해 위원회 규정을 간소화하고 현대화하려는 제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블록체인을 공식 장부로 인정하되, 특정 시스템을 승인한 건 아니다
이번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블록체인, 즉 분산원장을 주식 거래 기록의 공식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길을 터준 부분입니다. 다만 SEC는 특정 블록체인 기반 이전 시스템을 승인하거나, 블록체인 거래에 전통적인 방식과 다른 특혜를 주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어디까지나 평가 기준이 되는 규정 문구를 명확히 하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등록 효력 발생 기한을 30일에서 45일로 늘리고, 사업 확장 기준을 75%에서 95%로 올리는 등 실무적인 조정도 함께 담겼습니다. 신규 규정도 새로 만들고, 수십 년 된 예외 조항은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공개 의견 수렴 기간은 60일입니다.
같은 날, 월가 전체가 모여 24시간 거래를 논의했다
이 개정안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9월 17일, SEC는 워싱턴 D.C. 본사에서 24시간 거래 준비를 주제로 대규모 라운드테이블을 열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세 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뉴욕증권거래소·나스닥·블랙록·시타델증권·스테이트스트리트·인터랙티브브로커스·DTCC 등 월가 핵심 플레이어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첫 세션은 거래소와 증권사가 24시간 시장에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두 번째 세션은 야간 운영 시 시스템 안정성과 사이버보안 문제를, 세 번째 세션은 유동성과 자본조달, 투자자 참여 같은 실질적 파급효과를 다뤘습니다.
결국 크립토가 깔아놓은 길을 증권시장이 따라가는 셈
두 사안을 나란히 놓고 보면 방향이 분명합니다. 크립토 시장은 이미 24시간 365일 거래가 기본값이었고, 최근 칼시 같은 플랫폼이 비트코인·금·은에 이어 주식까지 무기한선물로 24시간 거래하겠다고 나서면서 전통 증권시장을 압박해왔습니다. SEC의 이번 두 움직임은 결국 그 압박에 대한 화답인 셈입니다. 아직 어느 쪽도 확정된 건 아니지만, 규정이 손질되고 월가가 한자리에 모여 실무 얘기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방향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핵심 요약
- SEC가 1970~80년대 이후 처음으로 명의개서대리인 규정을 전면 개정한다
- 개정안은 블록체인을 공식 거래 기록 수단으로 명시했지만, 특정 시스템을 승인한 건 아니다
- 등록 기한 연장(30→45일), 사업확장 기준 상향(75%→95%) 등 실무 조정도 포함됐다
- 공개 의견 수렴 기간은 60일이며, 최종 채택 전까지 시행되지 않는다
- 같은 시기 SEC는 24시간 거래 준비를 논의하는 대규모 월가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다
- 뉴욕증권거래소·나스닥·블랙록·시타델증권 등 핵심 플레이어들이 세 개 세션에 걸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