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됐다던 바이낸스의 유럽연합(EU) 크립토 라이선스 심사가 막판에 뒤집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이 뒤집기의 배후에는 다름 아닌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있었다.
다 됐다던 심사, 왜 갑자기 뒤집혔나
그리스 금융당국인 헬레닉자본시장위원회(HCMC)는 올해 6월 초 바이낸스의 미카(MiCA, 유럽 암호자산시장 규제) 라이선스 신청을 승인할 방침이라고 유럽증권시장청(ESMA)에 통보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일주일 뒤 HCMC는 승인 대신 거부 통보를 내렸고, 바이낸스는 미카 유예기간 마감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바이낸스 유럽사업 총괄 질리언 린치는 당시 “HCMC가 요구한 조건을 전부 충족했다”며 “빠진 것도, 미비한 것도 없었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그리스 규제당국을 움직인 손, ECB 총재였다
WSJ에 따르면 그리스 규제당국 고위 관계자가 바이낸스 측에 “라가르드 총재가 결정을 미루길 원한다”고 직접 전달했다고 한다. 표면적으로 심사를 진행한 건 그리스 당국이지만, 실제로 그 흐름을 바꾼 건 ECB 수장의 개입이었다는 게 이 보도의 핵심이다.
라가르드는 왜 바이낸스를 막았나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EU에서 정식 라이선스를 쥐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유럽 시장에서 지금보다 훨씬 넓게 쓰일 통로가 열린다. 라가르드 입장에서는 이게 달갑지 않았을 거란 해석이 나온다 — ECB가 공들여 추진 중인 디지털유로와 유로 기반 결제 체계가, 정작 자리를 잡기도 전에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리스와 ECB는 부인했다
당사자들은 개입설을 부인했다. HCMC 대변인은 “해당 발언을 한 적 없고, 신청 건은 독립적으로 심사했다”고 밝혔고, 그리스 재무장관 측 보좌관도 “정부는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 HCMC는 독립기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라이선스 하나로 EU 전역이 열린다
이 사안이 이렇게까지 커진 이유는 미카 제도의 구조 때문이다. ECB는 미카상 크립토 사업자 인가 권한이 원래 없다 — 인가는 각 회원국 규제당국 소관이다. 문제는 회원국 한 곳에서만 승인받아도 27개 EU 전역, 인구 4억5천만 명 시장에 그대로 영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스라는 작은 나라 하나의 결정이 사실상 유럽 전체 시장의 문을 여닫는 열쇠였던 셈이고, 그래서 ECB 총재가 굳이 이 작은 나라의 규제 절차에까지 관여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바이낸스는 이미 전과가 있다
물론 바이낸스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던 배경도 있다. 창업자 자오창펑(CZ)은 2023년 미국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고 43억 달러의 벌금을 물었으며, 2024년 4개월간 수감 생활까지 했다 — 이후 2025년 10월 사면됐다. ESMA도 앞서 각국 규제당국에 바이낸스 승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어, 이번 개입 의혹이 완전히 뜬금없는 얘기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핵심요약
- 그리스 HCMC, 6월 초 바이낸스 미카 라이선스 승인 방침을 ESMA에 통보
- 하루 만에 분위기 급변, 일주일 뒤 거부로 결론
- 바이낸스, 미카 유예기간 마감 일주일 전 자진 철회
- WSJ: ECB 총재 라가르드가 그리스 당국에 결정 연기를 요청했다는 관계자 증언 확보
- 동기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디지털유로 구상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거론
- HCMC와 그리스 정부 측은 개입 의혹 공식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