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IRGC)로 흘러간 돈줄을 미국이 또 하나 끊었다. 이번엔 좀 특이한 통로였다 —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배들이 낸 “안전 통행료”가 비트코인으로 결제되고 있었다.
통행료 받던 곳이 다름 아닌 비트코인 거래소였다
호르무즈 마린 세이프(Hormuz Safe Marine Services Authority)라는 곳이 올해 6월부터 이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에게 척당 100만~200만 달러씩 “안전 통행” 명목의 통행료를 걷었다. 이 돈을 처리한 게 테헤란 소재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뱅크(BitBank)였다 — 선박이 낸 돈이 비트뱅크를 거쳐 비트코인으로 바뀌고, 그다음 이란 정권 쪽으로 넘어가는 구조였다.
이렇게 들어간 돈이 혁명수비대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9월 18일 비트뱅크와 이 거래소의 소프트웨어를 만든 피쉬타즈 시모르그(Pishtaz Simorgh)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 두 곳이 수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이란 혁명수비대로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는 게 제재 이유다.
재무장관이 직접 경고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번 제재를 발표하며 “암호화폐로 이란 정권에 자금을 대려는 시도도 OFAC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비트뱅크는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됐고, 앞으로 이 거래소와 거래하는 해외 금융기관도 미국 금융망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받았다.
혁명수비대 지갑에 작년 한 해 30억 달러 넘게 들어왔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혁명수비대와 연결된 것으로 확인된 지갑에만 2025년 한 해 30억 달러 이상이 들어왔다. 이것도 확인된 지갑만 집계한 수치라, 실제 규모는 이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
제재는 늘어나는데, 정작 지갑 주소는 하나도 안 나왔다
이번 제재 발표에는 정작 구체적인 암호화폐 지갑 주소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다른 거래소나 금융기관이 비트뱅크와 연결된 자금을 걸러내려 해도, 어떤 주소를 걸러야 하는지 알 길이 없는 셈이다 — 제재의 실효성을 낮추는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은 왜 자꾸 크립토로 가나
이란이 크립토로 자꾸 눈을 돌리는 배경은 단순하다. 수년째 이어진 경제 고립 속에서, 미국 은행망을 거치지 않고도 달러와 비슷한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이 매력적인 대안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 이란의 암호화폐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78억 달러까지 커졌다. 다만 이렇게 제재가 계속 늘어나면 해외 크립토 업체들이 이란 관련 서비스에서 손을 떼고, 결국 이란 자금이 규제가 더 허술한 소규모 업체로 흘러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핵심요약
-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척당 100만~200만 달러)가 6월부터 비트코인으로 결제
- 테헤란 거래소 비트뱅크가 이 돈을 혁명수비대로 전달
- 미 재무부, 9월 18일 비트뱅크·소프트웨어 개발사 제재
- 혁명수비대 연계 지갑에 2025년 한 해 30억 달러 이상 유입(체이널리시스)
- 제재 발표에 구체적 지갑 주소는 포함 안 돼 실효성 논란
- 이란 크립토 시장은 2025년 기준 약 78억 달러 규모로 성장